무서운 알바생

아, 생리…. 나는 피가 비친 속옷을 멍하니 바라보다 얼굴을 연거푸 쓸어내렸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여자의 감은 틀리지 않으니까. 어쩐지 일주일 내내 예민하다 싶었다. 나는 기말고사와 레포트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으음, 이걸 어떡하지. 너무 급하게 오느라 파우치를 깜빡...

집에서 나와 가까이서 본 가게는 훨씬 더 처참했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돌 하나가 가게 유리창 중 하나를 맹렬하게 깨부쉈다. 나도 모르게 가게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가서 이모가 안전하신지부터 먼저 살폈다. 다행히 가게 안에 이동혁이 있어서 이모는 다친 곳 없이 놀란 마음만 진정시키면 됐지만, 이동혁이 문제였다. 잘게 조각나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돌...

질색하는 내 표정을 본 이동혁은 직접 확인시켜주겠다며 나를 끌고 현관까지 와 직접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늦게 열었냐는 매서운 잔소리와 함께 익숙한 얼굴이 뽕 튀어나왔다. 그것도 누구와 통화하고 있는 상태로. 뻣뻣하게 굳어버린 나와 달리 상대방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한 뒤 통화를 끝마쳤다. 응응, 오빠. 나 동혁...

아르바이트와 데이트로 하루하루 정신없었던 방학을 지나 개강까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동혁은 여전히 학업과 가게 일을 병행했고, 나는 일주일간 이동혁을 따라 하다 깔끔하게 그만뒀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수업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가게로 가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손을 씻고 웃는 낯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보통 사람 아니, 열정이 없...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고 여자 손님은 누구보다 급하게 계산을 끝낸 뒤 남자의 목을 잡고 나갔다. 안녕히 가시라는 내 인사에 어색한 미소를 보여주시는 건 덤이었다. 자, 이제…. 손님을 보낸 나는 몸을 빙글 돌려 싸하게 가라앉은 가게 내부를 둘러보고 고개를 얕게 끄덕거렸다. 눈치를 보는 이제노와 짜증스럽게 제 이마를 만지작거리는 이동혁 그리고 분위기가 어...

이동혁은 소리라는 걸 난생처음 들은 사람처럼 눈썹 사이를 좁히다 이내 제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번호를 물어보려던 사람도 그녀를 따라 들어온 친구들도 모두 주춤하며 상황을 살폈다. 이쯤이면 눈치챌 법도 한데 그 누구 하나 물러나질 않았다. 입안이 바짝 마르기 시작한 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동혁에게 신호를 보냈다. 빨리 어떻게 좀 해줘,...

우리 집에 첫발을 내디딘 이동혁은 아무도 없다는 내 말을 흘려들었는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허공에 인사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살짝 떨리는 네 목소리 때문인지 나도 괜히 긴장돼 애꿎은 허벅지를 탁탁 내려치다 소독약을 급히 찾았다. 그렇게라도 화제를 전환하지 않으면 등골이 바짝 졸아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손을 씻겠다는 이동혁에게 욕실을 알려준 뒤 거실 ...

누가 믿을 수 있겠어, 이동혁이 날 좋아한다는 걸. 나도 믿어지지 않는데. 진하고 또 진했던 키스 이후 이동혁은 나를 끌어안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모두 내보였다.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과 잘게 떨리는 손끝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는 말까지. 이동혁은 자잘한 행동 하나하나로 내게 마음을 전하고 장난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했다. 아,...

스크류바를 하나씩 입에 문 우리는 목적지 없이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무 막대를 잘근잘근 씹을 때까지. 이동혁은 무슨 생각으로 날 붙잡은 걸까. 아니, 그 전에 꼭 잡은 이 손 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나는 나를 그물처럼 옭아맨 이동혁의 손을 힐끗거리며 나무 맛이 날 때까지 아이스크림 막대를 질겅거렸다. 손을 잡은 채로 ...

무서운 알바생 9 여주가 제 귀를 문 순간 동혁은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숨은커녕 눈도 깜빡일 수 없는 충격이 심장에 내리꽂혔다. 귓바퀴 전체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촉감과 뜨뜻한 숨결 그리고 오물거리는 입질까지. 눈꺼풀을 파르르 떤 동혁은 무저갱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먹을 말아쥐며 고개를 비틀었다. 아니, 그걸로는 안 되지. 그...